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벗소식 벨루가벗

[하늘마음 한처음] 균형 잡힌 생태계를 위하여…

몽골초원

 

팬데믹 이전 떠났던 몽골에서의 일입니다. 오프로드 투어 중, 양고기가 먹고 싶어 가이드를 졸랐습니다. 그때만 해도 마치 집 앞에 장을 보러 나가듯, 언제든 고기를 살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차를 타고 유목민 텐트 ‘게르’를 찾아 떠난 지 10분쯤 지났을까, 생각보다 빨리 게르를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의 안이한 생각은 금방 무너져 내렸습니다. 돈을 더 얹어준대도 저 많은 양들 중, 팔 수 있는 양이 없다는 유목민의 단호한 답에 결국 차에 올라 다른 게르를 찾아가야 했습니다.

 

매대 위 상품을 파는 마트의 시스템과 초원의 시스템은 달랐습니다. 초원에서 양고기를 구할 수 없는 난관의 이유는 ‘균형’이었습니다. 하나쯤 팔아도 되지 않을까 싶은 양들에게는 각자가 부여받은 무리 속 역할이 있었습니다. 크게는 암컷과 수컷의 균형이 중요했고, 대장 역할부터 경계를 담당하는 역할 등 세부적으로 양 공동체가 구성돼 있었습니다. 유목민들은 몇 푼 더 벌겠다는 욕심으로 인해 균형이 깨지면 공동체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게 됨을 알고 있었습니다. 몽골 초원 속에는 쉽게 죽어도 되는, 대체 가능한 개체란 존재하지 않음을 느꼈습니다.

 

동물 복지는 동물 역시 인간처럼 공동체를 이루어 살고 있음을 인지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이를 존중할 때, 소비만을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 무엇을 파괴하는지 느낄 수 있습니다. 지구가 ‘생태계’란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은 공동체 속 각 개체에 주어진 고유한 역할이 있음을 의미합니다. 지구의 면면을 창조한 뒤 ‘보시니 참 좋았다’는 하느님의 말에는 지구상 모든 동물이 그 권리를 누리며 살아야 함을 보여줍니다. 도시의 가게 속 줄 맞춰 놓인 고기들이 어떤 과정을 거쳐 우리에게 오게 됐는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하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1인당 육류 소비량은 2018년 기준 53.9kg입니다. 1980년의 수치가 11.3kg 임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세입니다. 이 소비량을 따라가기 위해선 쉽게 키우고 쉽게 죽이는 ‘공장식 축산’ 같은 시스템이 공고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모순된 시스템을 바꾸기 위한 소비 습관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인도적으로 동물을 사육할 때 부여하는 ‘동물복지 인증’ 마크를 확인 후 구매하는 작은 실천이 대표적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고기를 적게 먹어보려는 노력도 중요합니다. 평소 간식으로 육류를 선택했다면, 떡볶이 같은 대체품을 소비한다든가 일주일에 한 번 야식으로 치킨을 먹었다면 이 간격을 한 달에 한 번으로 늘려보는 것도 좋은 실천입니다. 약간의 불편을 감내하는 것이 균형의 회복을 위한 가장 좋은 길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벨루가벗 최준경(아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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