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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문

[십자가의 길] 생태적 회개를 위한 십자가의 길

지향

– 하느님께서 지으신 창조 질서의 회복과 생태계의 치유를 위하여

– 기후 위기가 초래한 자연재해로 고통받는 사회적 약자를 위하여

 

 

여는 기도 : 그리스도인들이 피조물과 함께 드리는 기도 (찬미받으소서246)

 

○ 하느님 아버지,

모든 피조물과 함께 찬미하나이다.

전능하신 성부께서 손수 빚으신

모든 피조물은 아버지의 것이고

아버지의 현존과 자애로 충만하나이다.

◎ 찬미받으소서!

 

만물이 당신을 통하여 창조되었나이다.

성자께서는 성모 마리아께 잉태되시어

이 땅에 속하셨으며

인간의 눈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셨나이다.

성자께서는 오늘도 당신 부활의 영광 안에서

모든 피조물 안에 살아 계시나이다.

◎ 찬미받으소서!

 

○ 성령님, 성령께서는 당신의 빛으로

이 세상을 아버지의 사랑으로 이끄시며

고통 가운데 신음하는 피조물과 함께 하시나이다.

성령께서는 또한 저희 마음 안에 머무르시며

저희를 선으로 이끄시나이다.

◎ 찬미받으소서!

 

무한한 사랑의 놀라운 공동체를 이루시니

만물이 하느님을 이야기하는 세상의 아름다움 안에서

저희가 하느님을 바라보도록 가르쳐 주소서.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존재를 통하여

저희의 찬미와 감사를 일깨워 주소서.

존재하는 모든 것과 친밀한 일치를 느끼도록

저희에게 은총을 내려 주소서.

 

○ 사랑의 하느님,

이 세상에 저희에게 맞갖은 자리를 보여 주시어

저희가 이 땅에 있는 모든 것을 위한

하느님 사랑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하느님께서 기억하지 않으시는 존재는

하나도 없기 때문이옵니다.

권력과 재물을 가진 이들을 깨우쳐 주시어

무관심의 죄에 떨어지지 않게 하시고

공동선을 사랑하며 약한 이들을 도와주고

저희가 살아가는 이 세상을 돌보게 하소서.

가난한 이들과 지구가 부르짖고 있나이다.

 

◎ 주님,

주님의 힘과 빛으로 저희를 붙잡아 주시어

저희가 모든 생명을 보호하며

더 나은 미래를 마련하여

정의와 평화와 사랑과 아름다움의

하느님 나라가 오게 하소서.

찬미받으소서! 아멘.

 

잠시 묵상한다.

 

+ 만물의 창조주이신 하느님, 하느님께서 지으신 세상이 저희 인간이 초래한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습니다. 환경 파괴가 생태계의 조화를 깨뜨리고, 기후 위기는 뭇 생명의 안녕을 위협합니다. 눈앞의 편리와 편익만 보고 그 너머에서 벌어지는 파괴와 착취를 보지 못하는 근시안이 되어, 주님께서 맡기신 세상을 돌보기보다는 훼손하는 데 몰두한 결과입니다. 이제 그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며 용서를 청하오니, 피조물을 형제자매로 여기며 더불어 사는 영성을 실천한 프란치스코 성인을 본받아 기후 위기를 극복하고 아름다운 지구를 회복하는 막중한 책임을 완수할 수 있도록 크신 은총을 내려 주소서.

 

제1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를 받으신 것처럼,

공동의 집인 지구 생태계가, 우리의 벗인 숲이 사형 선고를 받았습니다.

사형 선고는 우리들의 욕심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우리가 피조물을 소중히 여기며 가꾸어야 하는 벗으로 대하지 않고

소유하고 개발할 대상으로 여기기 시작하면서 내려진 사형 선고입니다.

우리는 근시안적인 욕심에 숲을 착취하고 이용할 생각만 할 뿐

공기를 걸러 주고 물을 저장하는 숲에 대한 고마움은 잊었습니다.

탄소흡수원의 감소로 기후 위기가 심화되어도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과도한 벌목으로 숲이 사라지면서 인류 문명도 함께 사라진

이스터섬의 교훈을 되새기면서

숲의 죽음은 곧 우리의 죽음으로 이어짐을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잠시 묵상한다.

 

+ 창조의 하느님, 당신이 지으신 아름다운 세상은 당신을 계시하는 책입니다. 그 안에 당신의 거룩함이 담겨 있으며, 창조계가 온전히 유지될 때 당신 모습이 완전히 드러납니다. 저희가 창조 질서를 온전히 보존하고 가꿈으로써 주님을 찬미할 수 있도록 은총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2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숲이 받은 사형 선고는 야생동물들에게 십자가를 지웠습니다.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동물들은 멸종 위기에 처하거나

인간 세계와의 조화와 균형을 잃고 바이러스를 전파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기도 합니다.

더 편하게, 더 빠르게 살기 위해 만들어진 산간 도로와 송전탑들은

야생동물의 삶을 위태롭게 합니다.

숲과 갯벌의 파괴로 텃새들은 보금자리를, 철새들은 쉬어 갈 곳을 잃고 있습니다.

지구상에서 미미한 존재에 지나지 않았던 인간과 인간이 기르는 가축의 수가

야생동물의 숫자를 훨씬 능가하게 되었습니다.

지구를 독차지한 인간이 다른 피조물에게 무거운 십자가를 지우고 있습니다.

 

잠시 묵상한다.

 

+ 사랑의 하느님, 우리가 마음대로 약탈하는 자연은 인간만의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 공동의 집입니다. 우리는 하느님 포도밭의 주인이 아니라 소작인일 뿐임을 깨달아 피조물과 더불어 조화롭게 공생하는 생태적 삶을 살게 하여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3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아낌없이 내주던 지구가 풍요를 잃고 쓰러졌습니다.

건강한 생태계가 무너졌습니다.

물질과 편리에 도취된 인간의 탐욕은 과소비를 낳고,

과소비는 과잉 생산을 낳고, 과잉 생산은 지구 자원을 착취합니다.

농약과 제초제, 화학비료의 남용은 땅의 지력을 소진시켜

땅은 더 이상 건강한 먹을거리를 만들지 못합니다.

바다는 오염되어 산호초가 죽어 가고, 남획으로 해양생물은 씨가 말라 갑니다.

자유로이 날던 새들은 먹이와 보금자리를 잃어 갑니다.

동물의 고통이 인간의 고통과 별개일 수 없습니다.

하느님의 창조 세계에서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잠시 묵상한다.

 

+ 생명의 하느님, 당신이 지으신 창조 세계가 넘어지고 쓰러져 신음합니다. 뭇 생명의 터전인 생태계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기 전에, 인간이 탐욕을 뉘우치고 창조 보전의 길로 돌아서도록 회심의 은총을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4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고통 중에 성모님을 만나셨듯이 우리도 어머니를 만날 때가 있습니다.

1970년대 인도에서는 대대적인 벌목을 막기 위해

나무를 끌어안고 지켜 낸 여성들이 있었습니다.

풀 한 포기, 물 한 방울, 쌀 한 톨에도 자연의 숨결이 담겨 있음을 알고

함부로 대하지 않는 어머니의 손길이 있었습니다.

하찮게 보이는 작은 생물까지도 정성을 다해 배려하는

고향 땅, 주름 잡힌 할머니의 마음이 있었습니다.

환경오염과 자연재해로 많은 이들이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당할 때

치유와 회복에 헌신하는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요양보호사들이 있습니다.

생태계가 파헤쳐지고 피 흘리고 고통당하는 중에도

위로와 안식을 주는 어머니, 성모님의 마음입니다.

 

잠시 묵상한다.

 

+ 위로의 하느님, 우리의 어머니 성모님은 뭇 생명의 모든 아픔을 받아 안으며 상처의 치유를 위해 전구하십니다. 저희도 성모님을 본받아 무너지는 생태계의 회복을 위해 간절한 기도를 바치오니 들어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5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5 시몬이 예수님을 도와 십자가 짐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생태사도직에 투신하여 하느님 창조 질서 회복에 앞장서는 이들이

파괴된 생태계의 고통을 나누어 지는 시몬입니다.

우리 공동의 집을 이루는 수많은 생명이 모두 한 몸임을 깨닫고

그 안에서 하느님의 거룩함을 발견하는 이들이 시몬입니다.

검소하고 청빈한 생활로 지구에 짐을 지우지 않는 이들이

십자가에 짓눌린 예수님을 돕는 시몬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는 도처에 보입니다.

파헤쳐진 산등성이에서, 오염된 강과 바다에서, 자연재해로, 전쟁으로

또는 핵 발전 피해로 보금자리를 잃은 피난민들에게서,

소비와 향락의 그늘에서 박탈감에 괴로워하는 소외된 이들에게서,

개발과 성장의 뒷전에서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당하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에게서….

그들의 고통에 동참하고 십자가를 나누어 지는 이들이 바로 우리의 시몬입니다.

 

잠시 묵상한다.

 

+ 은총의 하느님, 힘없는 이들의 십자가를 나누어 지려면 자기희생이 필요합니다. 저희에게 용기와 인내의 은총을 주시어, 그들의 십자가를 기꺼이 함께 지며 슬기롭게 고통을 헤쳐 나가게 하여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6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6처 베로니카, 수건으로 예수님의 얼굴을 닦아 드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이 시대에도 지구촌 곳곳에서는 전쟁과 분열이 여전합니다.

자국의 이익만 추구하는 강대국의 오만과 욕심이 인간 문명과 자연환경을 파괴하며,

선량한 시민은 물론 무고한 어린이까지 골고타 언덕으로 내몰고 있습니다.

그들의 눈물과 핏자국을 닦아 줄 베로니카의 수건이 필요합니다.

개발과 성장 논리에 파묻힌 인간의 욕심으로

지구 곳곳이 불타고 파헤쳐지고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지구의 얼굴을 새롭게 가꾸어 줄 베로니카의 수건이 필요합니다.

자연재해로 말미암은 경제적 타격이나 생활 터전의 상실로 말 못할 고통을 겪는 이들이 있습니다.

이들의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져 줄 베로니카의 수건이 필요합니다.

 

잠시 묵상한다.

 

+ 치유의 하느님, 눈물을 닦아 줄 때 삶의 위안을 찾을 수 있고 상처를 닦아 줄 때 새로운 희망이 싹터 옴을 기억하게 하소서. 저희 각자가 베로니카가 되어 어려운 이들을 외면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7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7처 기력이 다하신 예수님께서 두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먹을거리가 넘쳐나다 못해 태반이 버려지는 풍요의 그늘에서

가난과 굶주림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예수님을 닮은 무죄한 아이들이 굶주림에 지쳐 넘어지고 쓰러집니다.

숲을 밀어 가며 그 많은 식량을 생산하고 그 많은 가축을 사육하는데도

기아로 목숨을 잃는 이들이 있는 것은

마더 데레사의 말씀처럼 ‘나누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편에서는 착취와 가난이 만연하고 다른 편에서는 과소비와 과잉 육식이 성행하는

불평등의 고리가 끊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흥청망청 먹고 마시고 버리는 죽음의 문화에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동시에 들리는 지구의 울부짖음과 가난한 이들의 울부짖음을 우리는 어떻게 멈출 수 있을까요.

 

잠시 묵상한다.

 

+ 정의의 하느님, 많은 이들이 오늘날에도 전쟁과 기근으로 굶주림과 목마름에 신음하고 질병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들이 우리의 이웃이고 형제임을 깨달아 그들의 울부짖음에 귀 기울이고 우리의 풍족함을 나누게 하여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8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8처 예수님께서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파괴와 개발 위에 만들어진 콘크리트 문명의 차가운 위로가 아니라,

어머니 품속같이 따스한 자연의 위로를 느껴 봅니다.

형제인 태양과 바람과 공기, 자매인 달과 별 그리고 물이 주는

유익하고 순결한 위로를 느껴 봅니다.

인공 첨가제와 유전자 조작 식품이 주는 혀끝의 만족이 아니라,

농부들이 피땀으로 일구어 가꾼 생명의 먹을거리가 주는 위안을 느껴 봅니다.

개발지상주의와 물질만능주의가 주는 편안함과 쾌적함이 아니라

지구 살리기에 힘쓰는 시민 단체나 환경 운동가들의 노고에서 위로를 느껴 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 때문에 슬퍼하는 예루살렘 부인들을 위로하십니다.

생태계 파괴로 슬퍼하는 피조물에게는 우리의 손길이 위로입니다.

보살핌의 손길로 그들에게서 받는 위로를 돌려주어야겠습니다.

 

잠시 묵상한다.

 

+ 일치의 하느님, 예수님께서는 예루살렘 여인들에게 “나 때문에 울지 말고 너희와 너희 자녀들 때문에 울어라”(루카 23,28)라고 하셨습니다. 오늘날 피조물도 우리에게 같은 말을 합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기에 피조물의 고통은 바로 우리 자신과 우리의 미래 세대의 고통임을 저희가 알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9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9처 예수님께서 세 번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최초의 인류에게 불은 생명의 빛이면서, 인간을 인간답게 살게 하는 수단이었습니다.

불 덕분에 문명을 싹틔운 인류는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갈구합니다.

나무와 석탄, 석유와 가스를 있는 대로 태워서 풍요를 누립니다.

급기야 핵연료까지 손을 대고 그 막대한 이득에 즐거워합니다.

불확실한 미래를 담보로 ‘화장실 없는 집’을 지어 놓고는,

부지불식간 일어나는 핵 발전 사고에는 무력하기 그지없습니다.

한때 인간의 아름다운 집이었던 기름진 땅과 맑은 강물, 우거진 숲은

그 빛과 생기를 잃고 신음하며 죽음의 땅이 되어 버립니다.

오염수가 흘러든 바다는 생명력을 잃고 물고기는 죽어 갑니다.

치명적인 습격에 넘어진 생태계가 언제 다시 일어설 수 있을까요.

생명의 위험을 불사하는 오만에서 인간은 어떻게 눈뜰 수 있을까요.

 

잠시 묵상한다.

 

+ 평화의 하느님, 인간은 욕심에 눈이 멀었습니다. 소박하고 검소하게 자연과 더불어 살던 시절의 참평화를 일깨워 주시어, 우리가 더 이상 생태계를 해치지 않고 조화롭게 살아가는 겸손함을 되찾게 하여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10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10처 예수님께서 옷 벗김 당하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존귀하신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옷이 벗겨지고 모멸을 당하셨듯이,

아름다운 지구가 헐벗은 맨살을 드러낸 채 수치심에 싸여 있습니다.

열대우림은 가축의 공장식 사육을 위해 불태워지고,

산은 도로와 집터, 송전탑, 골프장으로 벗겨지고 파헤쳐집니다.

파헤쳐진 맨살 위에는 문명이 배출한 쓰레기가 덮이고 악취가 진동합니다.

한반도보다 큰 쓰레기 섬을 안고 있는 바다도 제 모습이 부끄럽습니다.

휘돌아 흐르던 강줄기는 곳곳이 막히고 오염되고 메말라 갑니다.

하늘은 투명한 빛을 잃고 신열이 올라 뜨겁습니다.

할퀴어지고 찢기고 데워진 지구가 신음합니다.

지구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온갖 피조물이 신음합니다.

예수님이 존귀하신 하느님이심을 우리가 알아보지 못했듯이

아름다운 지구가 우리가 대대로 살아갈 공동의 집임을 알아보지 못한 결과입니다.

 

잠시 묵상한다.

 

+ 화해의 하느님, 영적으로나 물적으로나 모든 피조물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헐벗은 지구는 인간 또한 헐벗게 만든다는 이치를 깨달아, 우리가 하루빨리 욕심을 내려놓고 지구의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 화해의 길로 들어서게 하여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11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니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쾅! 쾅! 커다란 못이 연약한 살과 뼈를 뚫고 나무에 박힙니다.

살점과 피가 튑니다. 신음이 새어 나옵니다.

하느님의 아들이 인간의 손에 무참히 짓밟힙니다.

쾅! 쾅! 부드러운 대지와 우거진 숲에도 대못이 박힙니다.

동물들이 놀라 달아나고 강물이 흐름을 멈춥니다.

하느님의 창조물이 인간의 욕심에 무참히 스러집니다.

뭇 생명의 손과 발을 내려찍은 못질은 거꾸로 인간을 못 박게 되련만

우리는 그것을 알지 못합니다.

아직 고통을 충분히 느끼지 못합니다. 여전히 단맛에 취해 있습니다.

숨이 끊어질 듯한 고통 중에도 예수님께서 말씀하십니다.

“아버지, 저들을 용서해 주십시오. 저들은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릅니다.”(루카 23,34)

 

잠시 묵상한다.

 

+ 용서의 하느님, 세상 만물은 상호의존성이 있어 서로 의지해 살건만, 우리는 이런 진리를 망각하고 자연에 못질을 합니다. 우리의 못질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고 저지른 저희의 죄를 뉘우치오니 주님, 용서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12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12처 예수님께서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땅이 흔들리고 바위가 갈라지고 휘장이 찢기는 가운데 숨을 거두신 예수님,

예수님이 십자가 위에서 돌아가실 때 세상은 한낮인데도 어둠에 덮여 있었습니다.

죽음의 징표였습니다. 무고한 이를 죽인 세상에 대한 아버지의 분노였습니다.

인간이 초래한 지구 온난화와 이로 인한 기후 위기는

가공할 만한 폭염과 한파, 수해와 가뭄을 불러왔습니다.

빙하가 녹으면서 해수면이 상승하고 육지가 가라앉습니다.

생태계가 교란되고, 멸종 위기 생물이 늘어나고, 생물 다양성이 급감합니다.

대기는 미세 먼지로, 바다는 미세 플라스틱으로 오염되어

인간은 더 이상 마음 놓고 살 곳도, 안전하게 먹을 것도 없습니다.

이 모두는 자연을 십자가에 못 박은 우리의 죄가 불러온

죽음의 징표입니다. 아버지의 분노입니다.

 

잠시 묵상한다.

 

+ 자비의 하느님, “자비하시고 너그러우시며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시편 103,8) 넘치시는 주님, 저희가 탐욕에 눈멀어 저지른 과오를 깊이 뉘우치고 회개하오니, 분노를 거두시고 자비를 베푸시어 저희가 온 힘을 다해 기후 위기를 극복하게 하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13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13처 제자들이 예수님 시신을 십자가에서 내림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에서 발생한 자연재해로 123만 명이 사망했습니다.

지난 50년간에는 야생 척추동물 개체 수가 70% 감소했으며,

지난 한 세기 동안에는 전 세계 작물 종의 75%가 사라졌습니다.

20년 안에 육지 척추동물 중 500여 종이 멸종하리라는 경고도 있습니다.

지구상 동물 중 가축 비율이 97%이고 야생동물은 3%에 불과하다고 합니다.

과학자들은 기후 재앙과 생물 다양성의 위기에서 여섯 번째 대멸종을 예견합니다.

우리의 십자가상 죽음은 그렇게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인간 활동이 불러온 생태계의 죽음입니다.

대량 생산과 유통, 대량 소비와 폐기를 자랑하며 스스로 무덤을 파 온 어리석은 ‘발전’의 결과입니다.

지금 당장 행동하지 않으면,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지구 생태계를 지키지 않으면,

그 무덤은 죄 없는 미래 세대의 몫입니다.

척박한 땅과 숨 쉴 수 없는 하늘과 죽음의 바다가 그들을 기다릴 것입니다.

 

잠시 묵상한다.

 

+ 지혜의 하느님, “보아라, 내가 오늘 너희 앞에 생명과 행복, 죽음과 불행을 내놓는다. … 너희와 너희 후손이 살려면 생명을 선택해야 한다.”(신명 30,15.19) 신명기의 이 말씀처럼 미래 세대의 행복을 위하여 과감히 생명을 선택하는 지혜와 결단력의 은총을 저희에게 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14처로 가며

 

◎ 어머니께 청하오니, 제 맘속에 주님 상처 깊이 새겨 주소서.

 

 

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

 

╋ 주님께서는 십자가로 온 세상을 구원하셨나이다.

◎ 예수 그리스도님, 깊은 절을 하며 경배하며 찬송하나이다.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셨습니다.

예수님을 받아 안은 무덤에는 풀 한 포기 돋지 않고 꽃 한 송이 피지 않습니다.

버려진 쓰레기의 무덤이며, 파괴된 생태계의 무덤이고,

만족을 모르는 우리 삶의 무덤입니다.

그러나 ‘하느님은 사랑’이시라, 죽음과도 같은 그 곳에서 생명을 예비하고 계십니다.

무덤은 부활을 준비하는 곳이며, 우리는 그 부활을 위해 싸우는 전사가

되어야 합니다.

깊은 어둠 속에서도 깨어 일어나야 합니다.

소리 없이 고통받고 죽어 가는 피조물의 생명이 우리의 손에 달렸습니다.

우리의 생각과 말과 행동에 달렸습니다.

하느님께 희망을 두고 담대히 나아갑시다.

 

잠시 묵상한다.

 

+ 희망의 하느님, 예수님께서 무덤에서 죽음을 떨치고 부활하셨듯이,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 이 땅의 생태계도 푸르게 회복될 날이 있으리라 믿습니다. 저희가 부활의 희망으로 지치지 않고 싸울 수 있게 도와주소서.

 

주님의 기도, 성모송, 영광송

 

제대 앞에서

 

닫는 기도 :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

 

 

닫는 기도 : 우리의 지구를 위한 기도 (찬미받으소서246)

 

○ 전능하신 하느님,

하느님께서는 온 세계에 계시며

가장 작은 피조물 안에 계시나이다.

저희에게 사랑의 힘을 부어 주시어

저희가 생명과 아름다움을 돌보게 하소서.

○ 저희가 평화로 가득 차

한 형제자매로 살아가며

그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게 하소서.

저희를 도와주시어

저희가 하느님 보시기에 참으로 소중한 이들,

이 지구의 버림받고 잊힌 이들을 구하게 하소서.

○ 저희 삶을 치유해 주시어

저희가 이 세상을 약탈하지 않고 보호하게 하시며

오염과 파괴가 아닌 아름다움의 씨앗을 뿌리게 하소서.

이득만을 추구하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여 주소서.

○ 저희가 하느님의 영원한 빛으로 나아가는 여정에서

모든 것의 가치를 발견하고

경외로 가득 차 관상하며

모든 피조물과 깊은 일치를 이루고 있음을 깨닫도록

저희를 가르쳐 주소서.

비오니, 정의와 사랑과 평화를 위한 투쟁에서

저희에게 힘을 주소서.

◎ 아멘.

 

○ 모든 피조물의 모후이신 성모님,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 성 프란치스코,

◎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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