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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벗뜨락

주님, 제가 환경 파괴의 주범임을 고백합니다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가 우리 일상의 구석구석을 변화시키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난 여름부터 사람을 만나는 것도 마트에 가는 것도 두려워 이 기회에 장보기를 줄이고 냉동고에 있는 음식부터 꺼내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냉동고 정리와 청소에 돌입했는데, 막상 뒤져보니 이런저런 비닐에 싸여 있는 생선이며 떡이며 얼마나 많은 음식이 그 안에 들어 있던지 평소 살림을 잘한다고 자부하던 저 자신이 부끄러울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음식을 싸고 있는 각종 비닐이었습니다. 다양한 모양과 크기의 비닐이 얼마나 많이 사용되고 있던지 새삼 놀라웠습니다. 비닐 봉투 대신 그릇에 담아 넣는 방법이 있겠지만, 유리그릇은 깨질 것 같고 각진 용기에 담자니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해서 편리한 대로 비닐 봉투를 마구 사용한 결과였습니다. 냉동고를 없애지 못할 바엔 비닐 봉투를 사용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저 자신과 가족들에게 합리화를 해 가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오직 한 분, 주님만은 속일 수가 없었습니다.

 

조금 더 편리하고 쉽게 살겠다고 비신자나 환경에 무관심한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하는 모습을 주님은 보고 계실 터였습니다. 예전에 환경 문제를 모를 때는 몰라서나 그랬지 지금은 알면서도 모르는 척, 전과 다름없이 비닐과 플라스틱을 사용하는 모습을 보고 예수님은 얼마나 가슴이 아프실까 생각하니 절로 반성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 가정에서 사용하는 비닐 양을 헤아려 보았습니다. 냉장고 음식 보관용 비닐은 차치하더라도, 냄새 차단용으로 사용하는 지퍼 백, 그릇에 안 들어가는 큰 식재료를 담는 대형 비닐, 비닐 포장되어 판매하는 식품류 말고도 딱히 불필요한 비닐을 대여섯 장은 족히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생활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비닐과 플라스틱 사용을 당장에 끊어버리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래도 편리성에 물든 생활 습관을 조금씩 고치려고 하루에 한 가지씩 줄이기로 다짐해 봅니다. 어느 수녀님의 외침이 생각납니다.

 

“없으면 없는 대로, 불편하면 불편한 대로!”

 

마지막으로 바라는 것은 개인 차원의 캠페인만 벌일 게 아니라, 국가 차원에서 비닐과 플라스틱 생산과 공급을 억제하고 이를 대체할 친환경 생분해 소재를 개발해서 저렴하게 공급하는 정책을 펼치는 것입니다. 개인과 기업, 국가가 모두 동참할 때 하느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으로의 회복이 보다 빨리 이루어지리라고 생각합니다.

 

 

글_신선자 수산나(자양동성당 자양벗 반석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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