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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벗뜨락

용감한 생태 사도

재활용품을 분리 배출하는 날이 되면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커다란 바구니 서너 개에 모아 놓았던 재활용품을 들고 나가는 일을 자주 하다 보니 그동안 너무 피상적으로 종류만 구분해서 배출했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이웃은 어떻게 하나 살펴보니 그들에게도 좋은 점수를 주기가 어려웠습니다.

 

이렇게 불성실하게 산다면 『찬미받으소서』 회칙에 어긋나는 행동이겠다 싶어 분리 배출 방법을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벗들과 함께라면 지속적으로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누리보듬벗에 실천을 제안했지요. 안내 책자를 읽고, 환경부 사이트와 유튜브 채널에서 정보를 모으고, 분리 배출 일지도 작성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알던 것과는 다른 배출 기준뿐 아니라 동일한 물건에 대해서도 어떤 건 재활용이 되고, 어떤 건 안 된다 하니 답답했습니다. 배출 기준이 모호한 물건은 그냥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라는 응답도 무책임하게 느껴졌고, 대형 마대자루에 담겨지는 재활용품들은 정말로 재활용이 가능할지 의심될 정도로 한심한 상태였습니다.

 

우리가 배출하는 생활 쓰레기가 너무 많아서 전 지구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음은 이제 다 아는 사실이건만, 소위 지식인이라는 사람들도 자기 눈앞에서 쓰레기가 사라지면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북태평양에 쓰레기 섬이 있다 해도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게다가 정직하게 땀 흘려 번 돈으로 아파트 평수 늘리고, 맛있는 음식 사 먹으며, 편리하게 살겠다는데 뭐가 잘못이냐고 반문합니다.

 

그런 이들에게 『찬미받으소서』를 읽게 할 방법은 없을까요?

 

무절제한 개발과 생산, 소비, 버리는 생활양식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 버려야 합니다. 나아가 생태 사도직의 첨병인 우리 하늘땅물벗 벗님들의 보다 헌신적이고 적극적인 활동이 요구됩니다.

 

요즘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하나 있습니다. 아파트 단지의 재활용품 수거일에 플라스틱 분리 배출 샘플을 만들어 전시하는 것입니다. 용기를 내어 본당 교우들과 함께 퍼포먼스를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비닐봉지에 물건을 담아 주는 동네 마트에서 장바구니 사용을 일상화하는 방안을 고민해 보고, 본당 성모회에서 물건을 팔 때도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빌려 주는 방안도 궁리 중입니다. 이웃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고도 지구를 살릴 수 있는 지혜를 발휘하면서 생태 사도로서의 발걸음을 자신 있게 떼어 놓으려 합니다. +

 

 

글_조국광 라우렌시오(누리보듬벗 디딤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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