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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벗뜨락

사람 사는 맛

코로나로 제 삶의 터전이 달라졌습니다.

 

풍요와 만능의 터에서 벗어나 가난하고 소박한 삶으로 형태가 바뀌었습니다. 20 여 년 서울살이에서 시골살이로, 대도심 한복판인 명동에서 경상도 산골로 위치 이동을 하였습니다. 24시간 복잡하고 시끄러운 명동에서 숨을 쉬면서 버틸 수 있었던것은 아침이면 동네 참새들에게 모이를 주면서 불러 모아 친구하고, 풀  한포기도 귀한 땅에서 3층 옥상 정원에 상추, 치커리, 토마토, 고추를 심어서 흙냄새를 맡으며 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서로의 위치가 바뀌었습니다. 부르지도 않았는데 새벽부터 온갖 새들이 문앞 나무에 모여와 떼창을 하니 그들의 황홀한 노랫소리에 일어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몇 걸음 안 되는 집 앞 채마밭 갈 때도 흙이 신발 속으로 들어올까봐 장화를 신고 갑니다. 환경을 바꾸니 사는 형태가 확달라졌습니다. 인간이 만들어 놓은 콘크리트벽 사이에서 갖은 애를 쓰던 삶에서 땅과 하늘이 주는 복을 누리는 삶이 되었습니다. 주님께서 저희에게 베풀어 주시는 은총인가 봅니다.

 

원하는 것, 아는 것, 가진 것을 잠깐 내려놓으니 날마다 감사와 축복 그 자체입니다.

 

이웃이 누군지 모르는 익명의 섬, 도회지살이에서 벗어나 동네 주민들과 아름다운 마을 가꾸기 프로젝트에 함께하면서 사람 사는 맛을 느낍니다. 매주 월요일은 마을 가꾸기 기획팀 회의입니다. 각자의 시간, 재능, 힘을 나누면서 협력과 연대, 우정과 사랑이 넘치는 마을 공동체 가꾸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마을 공용 주차장 가장자리에 아스팔트를 파내고 나무와 꽃을 심어 쉼터를 만들고, 재활용 쓰레기장에 방부목 대신 직접 베고 엮은 대나무로 정겨운 울타리를 꾸미고, 예전 우물을 복원하여 짚으로 지붕을 얹고, 동네 유래에 얽힌 이야기로 길 이름을 지어 손수 나무에 새겨서 세우고, 장난감이 없던어린 시절 놀이(낫치기, 작대치기, 새끼줄로 만든 공치기) 하던 공간에 팻말을 붙이고, 동네 어귀에 천하대장군과 지하여장군을 세우고, 마을의 모든 가구를 그려 넣은 조감도를 만들고, 전통과 동네의 유래와 역사를 찾아내고 발견하는 일을 주민 모두가 힘을 합쳐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1세대 어른들께서 “근래 들어 요즘처럼 활기찬 때”가 없다고 하십니다. 코로나 사태가 준 뜻밖의 선물입니다. 하늘땅물벗 벗님들이여! 기쁘지않습니까? 별 희망이 없을 것같은 산골 공동체가 생기를 되찾고 있으니 말입니다. +

 

 

글_김광숙 노엘라(서강대학교 서강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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