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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이달의말씀

이달의 말씀 14호 – 백종연 신부

아직 날이 저물지 않더라도 하늘에 떠 있는 달을 맨눈으로 볼 수 있는 때가 있습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정류장에 서 있다가 하늘을 바라보니 저 높은 곳에 하얗게 작은 구름 조각처럼 보이는 달이 떠 있었습니다. 아직 상현달은 아니고 반달이 되어가는 중이었습니다. 자주 꺼내지 않는 휴대전화를 이날은 무심코 꺼내어 사진을 몇 장 찍었습니다.

 

뉴스레터 14호 표지

 

서울 같은 도시는 높이 솟아 있는 건물이 많아 조각난 하늘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동네가 많지요. 지붕이나 옥상에 올라가도 더 높이 서 있는 아파트들이 하늘을 향하는 우리의 시야를 가리기도 합니다. 이 도시는 정말 흥미롭고 재미있는 공간과 사건들로 가득하지만, 우리에게 경외감을 일으키는 일들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보나벤투라 성인이 그 옛날 가르쳤던 것처럼,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말씀하셨던 것처럼, 우리는 모든 피조물, 생물이건 무생물이건 주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것을 통해 하느님을 생각하고 기도할 수 있습니다.

 

이상적인 관상은 영혼 안에서 하느님의 활동을 찾고자 밖에서 안으로 들어가는 것뿐만 아니라, 모든 사물 안에서 하느님을 만나는 데에 이르는 것입니다. (「찬미받으소서」 233항)

 

모든 것이 하느님에게서 왔으니 모든 것을 통해 하느님을 생각합니다. 또한, 세상에서 일어나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 안에 숨겨진 신비들도 우리를 하느님께로 인도합니다. 하느님을 생각하면 할수록, 우리는 나와 나에게 얽힌 일들에 매 순간 매달리기보다 나의 밖을 바라보고 기도하는 것이 삶에 있어 필수적인 일임을 알게 됩니다. 예수님의 자기 비움의 삶, 십자가의 삶을 따라 각자 자기의 십자가를 지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것이 영원한 삶을 얻는 길, 하느님 나라에 이르는 길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그렇게 믿는 우리는 오늘 날씨가 흐려 뿌연 하늘을 바라보면서도 하느님을 만납니다. 그렇게 사랑할 힘을 얻으며 한 걸음을 또 내어 딛습니다.

 

 

글_백종연 바오로(하늘땅물벗 영적 동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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