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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무엇이 담겼나 – 기후 위기는 인간의 위기, 결단과 행동이 필요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공동의 집’ 지구를 살리기 위해 생태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를 반포한 지 어느덧 8년이 지났다. 하지만 우리 인류는 그동안 별다른 변화를 이뤄내지 못했다. 오히려 기후 위기 상황은 빠른 속도로 악화했다. 각국 정부가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턱없이 부족한 조치만 취한 결과다. 국제적 협력도 기후 위기에 적절히 대응할 기량이 없었다. 그 결과는 지구촌에서 가장 가난하고 약한 자들의 희생이었다. 기후 위기에 가장 취약한 이들은 보금자리와 목숨을 잃는 등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다. 이제 우리 인류에게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백척간두의 절박한 상황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은 시급한 변화를 촉구하며 「찬미받으소서」 후속 문헌을 내놓았다. 기후 위기에 관해 선의를 지닌 모든 이에게 보낸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Laudate Deum)이다. 제목을 이렇게 지은 이유는 ‘하느님을 대신하려 하는 인간’이 바로 ‘인간 자신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기 때문이다.

 

 

「하느님을 찬양하여라」 핵심 개념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6장 73항으로 구성됐다. 권고를 아우르는 핵심 개념은 △기후 위기에 긴급 대응하기 △기술 지배 사고방식에서 벗어나기 △국제적 협력 강화하기 △기후 위기에 대응할 실질적인 권위를 지닌 제도 찾기 △11~12월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열리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 대한 희망 △공동의 집을 보호하는 우리의 영적 책임 명심하기 △지구와 화해를 이루면서 함께 걷기 등이다.

일반적으로 교황 문헌은 개별 사안에 대해 일일이 어떠한 구체적 지침이나 내용을 논하진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권고는 특별하다. 한 장(제5장)을 할애해 COP28에 에너지 전환을 위한 구체적 결단을 촉구했기 때문이다.

교황은 권고 서두에서 “「찬미받으소서」 반포 이후 8년 동안 취해진 대응과 조치는 부족했고, 오히려 우리를 환대해 주는 세상은 무너지고 거의 한계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이어 “기후변화의 표징은 분명하고 점점 더 확실해진다”며 “이런 표징을 축소화하거나 우습게 보려는 몇몇 시도가 있었지만, 상황은 절박한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또 “인간 행위가 이러한 문제의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우리가 모든 피해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더욱 심각한 피해를 피하려는 조치는 아직 취할 수 있다”며 “이 세상을 떠난 후 남겨질 유산에 대한 책임의 일부를 받아들이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에서 우리가 배운 것은 다른 생명체·환경과의 친밀한 관계”라며 “모든 것은 연결돼 있으며 그 누구도 혼자 구원받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기술 지배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교황은 “기술 발전과 경제력만으로 기후 위기를 해결하려는 시도는 문제의 근원을 숨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우리 인류가 ‘기술 지배 패러다임’에 지나치게 빠져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는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활 방식의 변화에서 비롯되는 문화적 변화 없이는 지속적인 변화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교황은 또 “문화적 변화는 개인의 사고방식과 생활 방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고 역설했다.

아울러 교황은 “인류는 자연을 착취할 수 있는 자원이라 믿으면서 우리 자신도 그 일부임을 망각한다”며 “지나친 야망은 윤리적으로 지지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일갈한다. 또 “최소 비용, 최대 이윤의 논리에만 휩쓸린다면 당연히 우리 ‘공동의 집’ 지구에 어떤 참된 관심도 기울일 수 없게 된다”고 꼬집었다.

 

 

더 효과적인 국제기구의 필요성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선 전 지구적 차원의 연대가 절실하다. 그러려면 각국이 이기적인 입장을 극복해야 한다. 교황은 “지난 수십 년간 기후 위기를 다루는 많은 국제회의가 열렸지만, 효과적인 감시와 제재 메커니즘의 부족으로 합의의 이행으로 이어지는 데에 종종 실패하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회칙 「모든 형제들」을 인용하며 “전 지구 차원의 공동선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권위를 부여받은 더욱 효과적인 국제기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새 국제기구는 기아와 빈곤을 근절하고, 기본 인권을 수호하기 위한 컨트롤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황은 또 두바이에서 열릴 COP28을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그러면서 COP28에서 실현해야 할 과제를 분명하게 밝혔다. 기후 위기의 원인인 이산화탄소 감소를 위해 효과적이고, 구속력 있으며, 쉽게 모니터링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모든 이와 종교인에게 행동으로 대응하라고 촉구한다. 특히 가톨릭 신자에게는 피조물을 돌볼 책임을 거듭 상기시키고 있다. 이 책임에는 자연법의 존중과 하느님 피조물의 아름다움, 풍요로움에 대한 인식도 포함된다. 교황은 우리가 친교 안에서 ‘시노달리타스’ 정신으로 걸어가도록, 우리의 보금자리인 세상과 이루는 ‘화해’를 위해 일하도록 초대하고 있다.

 

 

「찬미받으소서」와 다른 점은

회칙 「찬미받으소서」는 ‘생태 위기’ 문제를 전반적으로 다룬 근본적 가르침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권고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생태 위기 가운데에서도 가장 시급한 ‘기후 위기’를 집중적으로 다룬, 각론적 가르침으로 볼 수 있다. 이재돈(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장 겸 생태영성연구소장) 신부는 “「찬미받으소서」에서 기후 위기를 4개 항(23-26)으로 간략히 다뤘다면, 「하느님을 찬양하여라」는 무려 15개 항(5-19)에 걸쳐 자세히 다루고 있다”면서 “기후 위기를 막지 못하면 인류와 생태계 전체에 커다란 재앙이 초래할 것임을 분명하게 경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신부는 또 “두 문헌의 길이와 권위는 다르지만,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고 할 수 있다”며 “단지 다루고 있는 문제의 범위가 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신부는 아울러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은 앞으로 사회교리의 지침 역할을 할 것”이라며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찬미받으소서」를 원론으로 한 교황 권고가 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계적으로 물 문제가 심각해지면, 물에 관한 새로운 가르침을 담은 권고가 발표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회칙과 권고, 무엇이 다를까

교황의 가르침은 내용이나 형식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불린다. 회칙(Litterae Encyclicae)은 교황이 사목적 차원에서 발표하는 가르침 중 가장 권위 있는 형태다. 신앙·교리·윤리·사회 문제와 그 밖의 특정 주제를 다루며, 주로 그리스도인 생활의 쇄신을 위한다.

교황 권고(Adhortatio Apostolica)는 교회가 나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면서 주교와 사제 신자들의 협력을 권고하는 권위를 지닌 문서다. 기후 위기와 관련한 구체적 협력과 방향을 제시한 「하느님을 찬양하여라」가 이에 해당한다. 다음으로 신앙과 윤리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거나 가르침을 제시하는 교황 교서(Litterae Apostolicae)를 비롯해 담화·연설·강론·훈화 등으로 교황 문서를 구별한다.

 

이학주 기자 [email protected]

입력 2023.10.09.17:32수정 2023.10.11.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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