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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바른세상

[지구를 살리는 바른 실천] 2 – 청소 명상

 

잠자리에서 일어나면 창을 열고 환기하는 것으로 하루를 연다. 요즘에는 미세먼지나 황사 때문에 창문을 열기가 꺼려지지만 그래도 들어오는 공기를 반기며 현관문까지 열어 맞바람으로 그들을 초대한다. 하루에 두세 번씩 환기를 하다 보니 눈에 보이지 않는 먼지가 집 안 구석구석에 쌓인다.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닌 먼지는 알게 모르게 우리의 호흡기로 들어갈 테고, 그래서 청소는 피할 수 없는 우리의 일상이다.

 

요즘 없는 집이 없는 로봇청소기, TV에서 선전해 대는 고가의 전기청소기 같은 것은 우리 집에 없다. 빗자루와 걸레면 족하다. 먼저 미용실에서 사용하는 키 큰 빗자루로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모으고 다음에는 마른 대걸레로 소파 밑까지 구석구석 먼지를 잡는다. 이 대걸레는 헌 칫솔로 먼지를 쓸어내고 한 번 더 사용한 후 세탁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물걸레로 바닥 청소를 마무리한다.

 

내 청소는 별 소음도 없고 전기도 들지 않는다. 조용히 집을 청소하면서 마음도 하나씩 정리되므로 그 시간을 청소 명상이라고 이름 지었다. 먼지를 정리하며 내 보이지 않는 허물도 만지작거린다. 작아서 드러나지 않는다고 없는 것이 아닌 허물들, 그냥 두면 먼지처럼 덕지덕지 혹은 뭉글뭉글 마음속을 배회할 터이다.

 

또한 이 시간은 기후 위기 극복을 위한 작은 실천이자 생태적 회개의 시간이다. 청소를 하면서, 쓰레기를 치우면서, 분리수거를 하면서 비닐과 플라스틱을 얼마나 사용했는지,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는지 다시 한번 점검하고 성찰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편리와 효용만을 좇는 기계화 시대, 자동화 시대에 이런 아날로그식 생활 방식도 괜찮지 아니한가. +

 

 

글_손혜숙 막달레나(서울대교구 교구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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