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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레터 바른세상

[지구를 살리는 바른 실천] 희망을 꿈꾸는 나만의 프로젝트

환경에 관심을 갖다 보면 희망은 멀고 절망은 가깝다. 전방위적인 노력을 한다 해도 지구 온도의 상승폭을 1.5도로 유지할까 말까 하니 개인의 노력은 참 보잘것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희망을 잡겠다고 시작한 일이 있으니 바로 멸균팩 분리수거다.

 

내가 매주 방문하는 곳에서는 음료를 제공하는데, 그곳에 부탁해 일주일 동안 사람들이 마시고 버린 음료수 팩을 모은다. 모인 팩을 들고 나는 하늘땅물벗 사무실이 있는 가톨릭회 관으로 향한다. 가톨릭회관이 한때 병원 건물이었기 때문에 탕비실 시설이 잘 되어 있어 멸균팩을 정리, 세척하기에 딱 적당하다(하느님 감사합니다!). 빨대와 비닐을 제거하고 팩을 자르고 펴서 세척한 다음, 하늘땅물벗 사무실 창가에 늘어놓고 말린다. 처음에는 맨손에 가위 하나 들고 덤비다 손톱도 깨지고 피도 봤지만, 이젠 고무장갑으로 무장하고 능숙하게 팩을 정리한다. 다 마른 팩을 모아서 동네 자원순환 가게에 갖다 주면 거기서는 더 많이 모아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한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데, 멸균팩과 우유팩 수거는 성과를 정량화해서 보여 주기 좋은 방법이라 행정복지센터에서도 환영한다고 한다. 수거된 멸균팩을 분리수거 업체로 보내면 그곳에서는 비닐코팅과 종이로 분리하여 비닐은 연료로 사용하고 종이는 제지업체에서 키친타올로 재생한다고 한다.

 

작년 10월부터 시작한 나만의 프로젝트로 814개의 멸균팩이 쓰레기에서 자원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게 다가 아니다.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SNS에 관련 사진과 글을 올렸는데, 얼마 전 그 글을 보고 자신의 생활방식을 돌아보게 되었다고 말해 주는 친구들을 만났다. 한 개인의 작은 실천도 하느님은 눈여겨보신다는 사실이 내가 찾던 그 어떤 희망보다도 더 큰 힘이 되는 순간이었다. +

 

 

 

글_김선미 베로니카(교구벗 살림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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